글/글스케치

[글스케치]#02. 빈 수레

0nDal 2021. 8. 23. 13:19

직관적이고 투박하다. 녹이 슨 수레의 틀은 철근으로 되어있고 용접한 부분마저 그대로 드러나있다. 공사가 끝난 곳 주변의 폐자재를 흘깃 보면 늘상 보이는 얇고 긴 철을 이용해 넓적한 육면체 모양으로 이어붙이고 바닥과 가까운 부분에는 더 두꺼운 철로 물건이 들어갈 공간을 받친다. 그 공간은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값싼 자재를 위함인지 모르지만 닳아버린 나무 판자를 이용해 만들었다.
사람이 들어가 수레를 끌고갈 자리에는 철근을 휘어 호루라기의 취구 부분처럼 만들고 붙였다. 바퀴는 수레의 아래를 받치는 철근에 두께가 있는 철판을 용접해 달았다. 빈틈투성이인 바퀴는 밖으로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직설적이고 세련되지 못한, 꾸밈없는 모습이다. 버릇없게도 노동자의 모습이 비친다. 삶이 단단하게 굳어박힌 손처럼 녹슬고 투박하게 허전함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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